드디어 기다리던 금요일 저녁입니다. 11월의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송년회나 회식 일정이 하나둘 잡히는 시기죠. "딱 한 잔만 하자"로 시작해서 거나하게 취해 귀가하는 풍경이 그려지는데요. 그런데 혹시 이런 느낌 받으신 적 없나요? 여름엔 소주 두 병도 거뜬했는데, 날이 추워지니 한 병만 마셔도 다음 날 숙취가 훨씬 심하고 몸이 천근만근인 느낌 말이죠. 단순히 기분 탓이거나 나이 탓일까요? 의학적으로 보면 겨울철 음주는 우리 몸, 특히 간과 혈관에 더 가혹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오늘은 즐거운 술자리가 건강을 망치는 독이 되지 않도록, 겨울철 음주 상식과 현실적인 숙취 해소법을 이야기해 봅니다.
겨울에 술이 더 빨리 취하고 늦게 깨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몸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체온 유지에 쏟아붓습니다. 기초대사량이 늘어나는데, 이때 알코올이 들어오면 간은 알코올 해독하랴, 체온 유지하랴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과부하가 걸린 간은 평소보다 해독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죠. 게다가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혈관이 확장되면서 체온이 오르는 것 같지만, 금방 열을 뺏겨 저체온증 위험이 커집니다. 술 깨고 집에 가는 길에 오들오들 떨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특히 연말 술자리의 안주가 문제입니다. 추우니까 뜨끈한 알탕, 곱창전골 같은 국물 요리를 선호하게 되는데, 이런 짠 국물은 갈증을 유발해 술을 더 마시게 만들고 위장 점막을 자극합니다. 가장 좋은 안주는 '물'과 '단백질'입니다. 소주 한 잔에 물 한 잔이라는 공식을 지키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묽게 하고 탈수를 막아 숙취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다음 날 아침, 좀비가 되지 않는 3가지 비법]
- 해장술은 독약입니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린데 "해장술 한 잔이면 낫는다"는 말을 믿는 분들, 제발 멈춰주세요. 알코올로 마비된 신경 때문에 잠시 통증을 못 느낄 뿐, 간에게는 확인 사살이나 다름없습니다. 콩나물국이나 북어국처럼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맑은 국으로 속을 달래주세요.
- 꿀물의 과학: 술 마신 다음 날 유독 단 게 당기지 않으나요?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포도당을 다 써버려서 저혈당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따뜻한 꿀물이나 초코우유 한 잔은 간에게 보내는 최고의 지원군입니다.
- 사우나 대신 가벼운 샤워: 술 깬다고 뜨거운 탕에 들어가 땀을 빼는 건 탈수를 가속화하고 혈압을 급격히 변화시켜 매우 위험합니다.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샤워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게 정석입니다.
술자리는 사람 사이의 온기를 나누는 자리여야지, 내 몸의 온기를 뺏가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 저녁 회식이 있다면, 술잔 옆에 반드시 물잔을 채워두세요. 그리고 귀갓길 옷깃을 단단히 여미시길 바랍니다. 건강한 간이 있어야 12월의 남은 파티들도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